작물일반

안 매운, 닷맛이 나는 파프리카 품종을 최초로 개발한 나라는 헝가리

산들행 2021. 2. 11. 09:56

유럽의 식탁은 고추를 좀처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지만, 그중에 고추를 식문화에 받아들인 나라가 헝가리였다. 본래 파프리카란 말은 헝가리어로 후추를 의미하는 말이다.

고추는 크게 나누면 단맛을 내는 종과 매운맛을 내는 종,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채소로 낯익은 피망은 단맛을 내는 종이다. 헝가리의 대표적인 향토 요리인 굴라시를 비롯해 헝가리 요리에 정취와 독특한 향미를 더해 주는 파프리카도 단맛을 내는 종의 하나이다.

헝가리의 농학자 에르노 오페르마이어가 교배와 선발을 거듭해 1945년에 부드러운 맛이 나는 파프리카 신품종을 만들어 냈다. 품종개량이 이루어지기 이전에는 매운맛을 줄이기 위해 매운맛이 나는 성분이 집중되어 있는 속부분(태좌)을 손으로 일일이 떼어내야 했지만, 신품종이 보급되면서 그런 작업 풍경은 사라졌다. 이 신품종 덕분에 현재도 헝가리의 파프리카 산업은 번영을 누리고 있다. 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헝가리 농무부는 파프리카 씨앗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외부인이 이 씨앗을 입수하는 행위는 국가 기밀을 훔치는 것에 필적하는 죄에 해당한다고 한다.


<씨앗혁명 / 시카이 노보오>

 



헝가리 세게드에 있는 '픽 살라미 & 세게드 파프리카 박물관 Pick Salami and Szeged Paprika Museum'에는 매운 것과 맵지 않은 것 두 종류의 파프리카가 모두 전시되어 있다. 18세기 전반에 나온 지역 잡지에서 헝가리 고추는 매우 맵고 눈에 들어가면 실명될 위험이 있다라는 내용을 볼 수 있다옛날에는 수확시기가 되면 몇 백 명에 달하는 여성이 산처럼 쌓인 고추 더미 앞에 앉아서 매운 성분이 집중되어 있는 태좌를 잘라내는 작업을 했다. 마침내 그러한 고통에서 해방되는 날이 찾아왔다. 바로 19세기 대장장이 출신인 팔피 Palfy 형제가 강철 압연기를 사용하여 파프리카용 증기 제분기를 만들어 파프리카 파우더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제분 하기 전에 파프리카를 칼로 갈라 종자와 태좌를 제거하는 공정을 개발해 특허까지 취득했다.

그 이후 1945년 농학자 오베르머여르 에르뇌 Obermayer Erno가 25년 동안 선택과 교배를 통해 덜 매운 파프리카를 육성하였다. 이로써 세게드는 파프리카의 최대 생산지가 되었으며 파프리카 파우더는 철도를 통해 수도 부다페스트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빈으로, 더 나아가 유럽 전역으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페퍼로드 / 야마모토 노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