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종씨앗박물관에서 진행한 ‘우리끼리 슬로장터’의 슬로건은 ‘정직한 생산자와 아름다운 소비자의 소박하고 즐거운 만남을 통해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자 합니다’이다. 최악의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참나무 그늘 밑에 모여든 농업인과 작은 장터를 어찌 알고 찾아온 소비자와의 만남의 장소가 됐다. 못생겼지만 믿을 수 있는 우리 농산물에 대한 신뢰와 흥정이 숲 속에 퍼지면서 함께 살아가는 참살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DAN와 함께 성장해 온 소중한 토종 자산을 지키거나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재배해 오던 전통작물과 토종은 어디로 갔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업농의 확산으로 신품종과 외래종이 널리 보급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나마 토종을 보존하던 농업인들이 이주하거나 은퇴할 때 그 명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도 토종이 사라지는 이유로 들 수 있다. 그래서 경제적인 이익은 크지 않지만 토종의 중요성을 인식한 농업인들이 단체를 만들어 토종씨앗을 보전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을 공급하는 활동은 칭찬받아 마땅하고 널리 권장할 필요가 있다.
토종의 중요성은 천번 만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키를 작게 하여 밀식 다수확이 가능한 밀 품종을 육성한 노먼 볼로그는 남미의 식량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농학자 중 유일하게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다. 노벨상을 받게 된 그 이면에는 한국의 앉은뱅이 토종밀에서 유래한 유전자가 도입되었다는 사실은 토종 씨앗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미국은 1929~1931년 ‘동양 식물 탐험 원정대’를 파견하여 콩 유전자원을 수집했는데, 그 중 76%가 우리나라 토종 콩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품종을 개량하여 세계 제1위의 콩 생산국이자 수출국이 되었다. 이렇듯 토종 씨앗은 활용방안에 따라 잠재적 가치가 무궁무진하므로 반드시 보전하여 미래의 활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물론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국내외 농업유전자원을 보존하고 특성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농업 현장에서 토종씨앗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재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토종은 오랫동안 우리 기후와 풍토 등에 적응하면서 다양하게 진화한 재배종이고,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따라 더 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기후와 풍토를 나타내고 있어 지역 특산물이 다양한데, 그 지역 고유의 작물이 바로 토종이다. 청양하면 구기자, 서산과 태안하면 마늘과 생강, 서천하면 모시, 금산하면 인삼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통작물이나 토종은 부지기수로 많다. 토종은 지역특화작목일 뿐만 아니라 지역연고산업의 원재료이기도 하다. 토종을 재배하고 그 가치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토종 관련 단체의 활동이 바로 농업·농촌의 이미지를 높이는 농촌사랑 활동이므로 적극 장려되고 활성화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농촌은 다양한 작물이 다층적으로 재배되는 현지내 유전자원 보존 공간이다. 토종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적 이익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미래의 가치를 기대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작물과 토종을 매개로 참살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역특산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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