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밥상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되고 개선되었다. 흔히 쌀, 보리, 콩, 조, 기장 등 다섯 가지 곡식을 오곡(五穀)이라 하는데 이중 보리, 조, 기장은 이제 밥상에서 보기가 쉽지 않다. 옛날에는 주식인 쌀 생산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조선시대에는 이앙법을 개발하고 이모작을 확대했다. 1970년대 통일벼 보급과 비닐을 이용한 백색혁명을 이룬 뒤 풍족한 밥상을 차릴 수 있었다.우리 민족은 산과 들에서 나는 나물도 즐겨 먹었다. 고려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나오는 채소는 오이, 가지, 무, 아욱, 박 등으로 지금의 채소와 비교하면 가짓수도 적고 이름도 생소한 작물도 있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발효음식인 김치는 원래 무, 동아, 오이, 가지 등을 소금에 절여 만든 무색의 짠지 형태이었으나 조선 후기에 고추가 도입되면서 지금의 김치 형태로 개량되었다. 지금은 비닐하우스가 보급되면서 채소는 사시사철 생산이 가능해졌고, 이름도 모를 서양 채소와 허브들도 재배되고 있다.한반도에서 농업의 역사는 새로운 작물이 유입되어 재배하거나 기존의 작물을 좀 더 나은 품종으로 개량하는 과정이었다. 조선시대에 감자와 고구마가 도입된 후 이를 구황작물로 보급하기 위하여 전문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농서를 편찬하였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마늘은 사실 삼국시대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오이와 파 등이 들어왔고, 문익점은 고려시대 목화를 들여왔다. 배추도 고려시대에 도입되었지만 지금과 같이 통통하게 결구되는 배추는 조선 후기에 중국에서 들어왔다. 고추는 임진왜란 전후에 도입되었고, 우리 땅에 적응하여 대표적인 발효음식인 김치에 적용되었다. 딸기와 양배추는 일제 강점기에 들어왔다.작물의 도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파프리카나 블루베리도 최근에 도입된 작물이고, 얌빈, 공심채, 아티초크, 차요태 등 생소한 아열대 채소들도 있다. 최근에는 기후 온난화와 시설재배와 맞물려 다양한 아열대 작물을 시험재배하고 있다. 새롭게 도입된 작물도 국내에 적응되면 소득 작목이 된다. 임진왜란 때 도입된 담배는 농가소득원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매사업으로 국가 재정에 크게 기여하였다. 조선 중기에 들어온 고추는 한국의 대표적인 양념채소가 되었고, 딸기, 토마토 등은 시설하우스를 이용한 농가 소득 작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리는 작물 재배에 대해서 기준을 잘 잡아야 한다. 쌀 등 식량작물은 식량 안보를 위하여 유지하고, 수수, 메밀 등 전통작물은 신토불이로서 보전해야 한다. 외래 도입 작물은 기후변화 등에 대비하여 국내 적응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황소개구리나 배스 등 생태계를 훼손하는 외래종은 퇴치의 대상이지만 블루베리 등과 같은 새로운 작물은 농업에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작물의 도입과 재배기술 개발은 새로운 농업지식의 축적이고, 다양한 먹거리의 생산과 공급은 그 자체로 농가의 소득 작목이 되어 미래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미래농업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이다.
주정일(충남농업기술원 양념채소연구소 고추생강팀장)
출처 : 금강일보(http://www.ggilbo.com)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430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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