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주

청명주

산들행 2007. 10. 21. 20:03

  조선 후기의 만물박사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당시 전국에서 이름난 "청명주"로 평양의 감홍로주, 한산의 소곡주, 홍천의 백주, 여산의 호산춘주를 꼽았다.

 

  이른바 "청명주"란 24절기의 하나인 청명(淸明) 때 담그는 술이란 뜻이다.  실학의 선두주자 격인 이익은 그의 책 <성호사설>에서 이 술을 담그는 법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봄철 청명 때에 찹쌀 두 말을 여러번 깨끗이 씻어서 사흘 동안 물에 담가둔다. 또 다른 찹쌀 두 되를 물에 담가두었다가 불은 후에 먼저 건져서 가루를 만든 다음, 두 말쯤 되는 물에 타서 누그름하게 죽을 끓인다. 이 죽이 식은 후에 좋은 누룩가루 한 되와 밀가루 두 되를 술독에 넣고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 가지를 꺾어 이것으로 술독을 휘휘 저어 사흘 동안 덮어둔다. 그리고 술이 된 후에는 체로 걸러서 찌꺼기를 버리고 술만 독에 넣는 데 여기에 겉물을 보태지는 않는다. 전날에 담가둔 두 말의 쌀을 건져 술밥을 만들고, 이를 식기 전에 함께 술독에 넣어 시원한 곳에 두고 뚜껑을 덮어둔다. 그러나 너무 춥거나 햇빛이 비치는 곳은 피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스무하룻날이 지나면 비로소 술이 익는데 맛이 매우 달고 진하다.

 

  그런데 이 청명주를 달고 진한 맛 때문에 한번 입에 대면 멈출 줄을 모르게 하고, 일이 급한 사람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었다. 그래서 이 술을 일명 "앉은뱅이 술"이라 불렀다.

 

- 그림속의 음식, 음식속의 역사- 주영하 지음- 사계절- p 18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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