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산제를 지내러 간 포암산
❏ 일 시 : 2012년 1월 12일
❏ 산행거리 : 하늘재 - (1.6km) - 포암산(961m) - (2.9km) - 마골재 - (1.5km) - 만수봉 삼거리 - (0.6km) - 만수봉(983m) - (2.9km) - 만수공원 지킴터
※ 9.6km
❏ 산행시각 : 하늘재(08:50) - 하늘샘(09:15) - 포암산(09:45) - 마골재(11:00) - 만수봉 삼거리(11:40) - 만수봉(12:10) - 만수폭포(13:20) - 만수공원 지킴터(13:35). 닷돈재 야영장 도착(14:10)
※ 4시간 45분
하늘재(계림령)는 청아한 기운을 머금고 솔바람 향기 그윽하게 피어내는 고즈넉한 백두대간의 고갯마루로서 충주와 문경의 분수령을 이루는 고개이다. 또한 포암산, 월악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주흘산, 부봉, 마패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가르는 고갯마루이다. 이곳에서 산행은 시작되었다. 하늘재 산장은 닫혀 있었고 백두대간을 지난 이들이 남기고 간 낙서글들로 빼곡하였다. 먼저 바삐 산에 든 이들을 쫓아 조금 오르니 하늘샘이 낙엽속에 바가지 3개를 엎어놓고 샘솟지만 대부분 무심히 지나친다. 초반부터 급경사라 힘 써가며 오른다. 돌무더기를 지나고 전망이 훤한 곳에 다다르니 멀리 주흘산이 기운 듯이 솟아있다. 그리고 여러 갈레로 굴곡진 산들이 산 너머 산으로 산줄기를 연이어 놓았고, 듬성듬성 속 보이는 나무사이로 속내가 하얗다. 잠깐 쉬면서 보는 조망은 겨울산인데 오르는 길은 60°도 더 되게 가파르다. 미끌거리면서 급경사 길을 오르자니 숨이 차고 땀이 난다. 초반부터 가파른 산을 힘겹게 올랐다. 오르고 오르다 보면 어느덧 정상인데, 땀과 함께 오른 포암산(布巖山, 961m)은 작은 돌무더기와 정상석으로 그 존재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겨울산은 사방팔방으로 이어져 멀리 주흘산이 보이고 반대로 월악산도 보인다. 그보다 이름을 알리 없는 산들이 첩첩산중으로 이어져 있다. 한 무리 동행끼리 정상석과 함께 인증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포암산에서 만수봉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게 내려가다가 능선길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제껏 오른 길은 양지쪽이라 얼음이 간간이 있는 산길이었지만, 내리막길은 눈길이다. 그것도 두툼하다. 햇빛이 넘보지 않은 경사면은 눈으로 산을 덮어놓았다. 나무가 그 사이에 꼿꼿하게 자리 잡아 있고, 낮은 관목은 제 그림자를 눈 위에 비추어 보고 있었다. 눈길은 좁은 길이다.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 외로이 난 길이다. 그 좁은 길을 벗어난 이는 하나 없다. 오직 산짐승만이 눈 위에 엷은 발자국으로 제 길을 따로 내어놓았을 뿐이다. 바람이 눈으로 산길을 덮어놓은 바람에 길은 사라져 낙엽길을 새로 난 길로 가야 한 적도 있었다. 푸르름을 간직한 조릿대 사이로 오롯이 난 산길도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느껴지는 능선길을 지나면 깊은 산속에 햇빛이 따스함을 내려주는 길도 있었다. 난 눈길을 천천히, 꾸준히 걷는다. 뒤에 휀님들이 따라올 것이니 난 앞선 것이다. 고요한 숲속에 난 길을 홀로 차지하고 걷는다. 같이 가는 듯 하지만 홀로 걷는 산길에 마음을 내려놓으며 앞선 이가 내어 논 눈길따라 걷는다. 눈길은 외줄기로 이어져 앞길을 이어놓았다.
마골치에서 일행을 만나니 4명이 되었다. 백두대간인 꾀꼬리봉, 대미산으로 향한 길은 막혀 있었고, 왼쪽으로 휘어져 눈길을 타고 오르니 만수봉으로 가는 길이다. 숲속 사잇길로 난 눈길은 더 좁아져 있다. 더 깊숙히 들어온 숲은 인적없이 고요하다. 제 길인지 알 수 없는 길은 산비탈에 이어져 있다. 말없이 제 걸음으로 걷는다. 포암산을 지나온지 한참만에 만수봉 삼거리가 나오고, 이곳에서 만수교로 내려가는 하산길이 시작되지만 오로지 만수봉을 향해서만 간다. 삼거리를 지나자 만수봉에서 내려오는 듯한 산객들을 자주 만나는 바람에 빈번히 길을 터 주어야 했다. 좁은 눈길을 오른 것 같은데 조망이 확보된 곳에서 보니 지금껏 지나온 능선길이 평평하게 보인다. 속내가 하얗게 보이는 숲속은 고요함에 잠겨 있었다. 멀리 멀리 산들도 한눈에 들어온다. 한 무리 낯선 이들이 차지한 만수봉에서 우리 4명의 동행은 사과와 과자를 나누어 먹으며 잠시 휴식을 갖는다. 한 무리를 뒤에 달고 있으니 급할 것이 있겠는가? 두툼한 눈길을 걷느라 힘든 참에 휴식을 갖는다. 만수봉을 지나 내려가는 길은 다시 가파르다. 가파른 길을 내려갈수록 오를 때와는 달리 제법 소나무들이 보인다. 쭈욱쭈욱 뻗은 소나무도 있지만 송진을 채취 당한 상채기로 마징가 제트 같은 얼굴을 안고 세월을 견디어 온 소나무도 있었다.
시산제를 지내야 할 시간이다. 만수교에서 뒤에 올 이들을 기다리다 버스를 찾는다. 왔다리 갔다리 부지런한 발품으로 찾는다. 전화는 신호만 갈 뿐이다. 아마 시산제를 지내는가 보다. 한참 만에 통하니 닷돈재 야영장이란다. 차안에서 안내가 없었는데 지도를 보니 닷돈재까지 쭈욱 색칠해 있었다. 아! 나만 빼놓고 시산제를 지내고 있었다. 그것도 떡국까지 끓여 먹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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