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의 “부드러운 양상추”을 읽고

산들행 2014. 6. 3. 20:34

에쿠니 가오리의 부드러운 양상추

나는 '에쿠니 가오리' 라는 저자를 모른다. 도서를 선택한 후 검색해 보니 일본 3대 여류작가중 한명이란다. 그리고 책을 선택하는 폭이 좁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되도록이면 한국인이 저자인 책을 주로 읽는다. 같은 생활권이라야 이해하기 쉽고 공감하는 바가 클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번역서인 '부드러운 양상추'라는 본 도서를 선택한 것은 작물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작물에 관심이 많고 그로부터 조리된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즐겨 읽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지현의 '교군의 맛', 윤덕노의 '음식잡학사전'과 같은 이야기를 기대하고 본 도서를 선택한 것이다. 음식에도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먹거리를 둘러싼 언어와 소설, 여행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나날들! 이란 책 소개 내용이 이 도서를 가장 잘 표현한 카피이다. 음식과 함께 기억되는 달콤한 일상생활을 잔잔하게 풀어낸 책인데, 나에게는 매우 낯설다. 왜냐면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은 내가 먹어보지도 못했고, 들어 보지도 못한 그런 음식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낯선 음식이름 앞에서 아! 나는 토속적이고 옛날사람이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저자가 소개하는 음식을 이해하지 못하니 저자가 들려주는 그 감성과 느낌이 와 닿지 못하였다. 아주 작은 소소한 일상을 세세하게 감성적으로 풀어간 글 솜씨에 반하였지만 낯선 음식이름으로 인하여 이질감을 절감하고 나의 생활과 음식이 매우 단순함을 느꼈다. 내가 사는 환경과 저자가 들려주는 풍경이 이리 다를 수 있을까? ~ 나는 너무 시골에만 살았나 보다.

 

시골동네를 걸으면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그 고장의 음식을 먹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편이다. 일명 에그리투어리즘(Agritourism)인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고 나에게도 에그리투어리즘의 영상처럼 일상을 소소하게 적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일었다. 나에게도 음식, 여행 그리고 일상생활의 추억이 무진장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주위 동료들중 여행의 기억을 그곳에서 먹어본 별미음식으로 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식탐일까? 미식가일까? 하는 그런 의구심보다 음식의 기억을 통해 여행과 일상을 이야기 하는 동료가 신기하게 느껴졌는데 저자의 도서를 읽고 보니 누구나 가지고 있는 추억을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일상을 정감있게 표현한 저자의 언어란 참으로 대단하였다. 굳이 저자의 일상을 엿볼 필요는 없지만 저자의 일상을 에세이로 읽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작은 것에 애정을 가지고 작은 것에 공감할 수 있도록 써 내려간 저자의 다른 도서를 일어볼 참이다.

 

'말이 감귤류이지 그 품종은 실로 다양하다'에서 언급되는 감귤류 이름이 12가지이고, 그 느낌을 표현하는 글 솜씨는 감탄이었다. 단순히 먹거리라는 이름으로 표현되지만 과일 하나하나에는 그에 맞는 이름이 있고 그 속에 품고 있는 맛이 제각기 다르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웠다. 이와 같이 나는 음식들을 많이도 모르고 떠오르는 맛에 관한 기억도 없었던 것이다.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있으세요? 라고 묻는다면 아뭇거나!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나는 동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아름다운 언어로 음식의 형용과 맛을 표현한 저자에게 존경심이 일었다. 그리고 나를 둘러보니 나에게도 음식과 여행에 관한 추억은 있었다. 분명히 나는 다양한 음식을 먹으면서 성장했을 터이고, 나는 그걸 본 기억도 저게 뭘까 궁금해 한 적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자를 통해서 나의 추억과 일상의 소소한 기억들을 떠올리고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내가 들려주면 다른 느낌의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부드러운양상추(에쎄이)

- 지은이 에쿠니 가오리/옮긴이 김난주

- 펴낸곳 소담출판사

- 펴낸날 2011년 11월 14일 초판 1쇄

-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