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먹을 게 없었으니, 쌀은 얼마나 귀했겠는가.
그래서 이 시절에는 쌀을 얻기 위한 각종 범죄도 끊이지 않았다.
도둑들은 쌀을 훔치기 위해 정미소뿐만 아니라 가정집까지 노렸으며 쌀됫박 사기도 기승을 부렸다. 몇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흔적 감추고자 살인 후에 방화
"8일 치안국에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7일 하오 경기도 여주경찰서에서는 여주군 금사면 용담리에 거주하는 이갑복 외 1명을 살인강도 및 방화 혐의로 구속하였다고 한다. 두 명은 지난 초하룻날 밤 12시경 같은 동리에 사는 김신수 씨 집에 들어가 쌀을 훔쳐내다가 김씨의 부인 서기란씨에게 발견되자 임신 3개월인 서씨를 치마끈으로 교살한 다음 범행 흔적을 감추기 위해서 집에 불을 지르고 쌀 세가마니와 벼 두가마니를 운반 도주한 사실이 있다고 한다."(조선일보 1956년 1월 9일 조간 2면)
쌀을 훔쳤다고 사형(私刑) 끝에 치사
"치안국에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25일 상오 5시 반경 인천시 간석동 소재 나병환자수용소에서는 교도과장이라는 박경선씨외 4명의 환자들이 수용소의 쌀 세가마니를 훔쳐갔다는 혐의로 인천시 수산동 10번지에 거주하는 유정식씨를 안치 감금한 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였다."(조선일보 1956년 6월 27일 조간 2면)
약혼녀를 인질로 쌀 세 가마 사취
"육군중령을 가장한 사기한이 찦차까지 몰고 쌀가게에 찾아가서 약혼자를 쌀 가게에 맡겨놓은 다음 쌀 세가마를 사기해 간 사건이 발생하였다. 즉 24일 밤 9시경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 공설시장 11호 유찬혁씨가 경영하는 쌀가게에는 육군중령으로 가장한 김용기라는 자가 찦차를 타고 찾아와서 주인에게 돈이 모자라서 그러니 쌀 세가마를 주면 약 30분 후에 대금을 갖다 주겠다고 말하고 수원시 매동에 산다는 약혼자 이양순 양을 그 점포에서 기다리라고 맡기고, 다시 타고 왔던 찦차의 검사증을 유씨에게 보관시킨 후 쌀 세가마를 찦차에 싣고 도주하였다고 한다."(조선일보 1957년 4월 6일 석간 3면)
어린이를 인질로 사기 : 괴한 쌀 한가마를 가지고 도망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국민학교 어린이를 유인하여 그 어린이를 쌀가게에다가 인질로 맡겨놓고 쌀 한 가마를 사기해 간 악덕한이 있다. 1일 서울시 경찰국에서 수배한 바에 의하면 30일 낮 12시 30분경 서울시 성북구 돈암동 110의 13에 사는 박은화씨의 장남 이동인군이 학교에서 나와 집으로 가려고 돈암동 19번지의 3번지 앞 노상에 이르렀을 때 30여세 가량인 신사가 나타나서 '내 말을 잘 들으면 장난감도 사주고 과자도 사준다'고 유인하여 자기보고 큰 아버지하고 부르라고 시켜 가지고 돈암동 89의 3에서 미곡상을 경영하는 이민영 씨 점포에 들어가 이동인 군을 인질로 쌀가게에 맡기고 쌀 한 가마와 콩 한 말을 사기해 갔다고 한다."(조선일보 1957년 6월 2일 석간 3면)
쌀 도둑을 등잔대로 때려 타살
"경찰 보고에 의하면 3일밤 열한시경 충청남도 아산군 신창면 읍내리 임금옥 씨 집 부엌에 괴한이 들어가 백미 다섯말을 훔쳐 가지고 도망치는 것을 임씨가 발견하고 등잔대로 구타하였다는데 이로 말미암아 도둑은 다음날 아침 사망하였다고 한다."(조선일보 1957년 7월 5일 조간 2면)
4명을 쌀 훔쳤다고 청년들이 나무에 묶고 사형(私刑)
"인권옹호강조주간에 쌀을 훔쳤다는 혐의로 동네청년들이 네명을 각각 뒷산 참나무에다 묶어놓고 마구 구타하여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하여 피해자가 상해 진단서를 첨부하여 경찰에 고소를 제기하였다. 즉 여주군 여주읍 삼교리에 사는 수십명의 청년들이 지난 7일 같은 마을에 사는 이영수씨 등 4명에게 삼교리 협동조합 정미소에서 쌀 세가마니를 훔쳤단 혐의를 씌워 8일 참나무에다 묶어 놓고 무수히 구타했다고 한다. 이로 인하여 이영수씨는 1개월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 진단서를 첨부하여 지난 22일 여주경찰서에다 가해자 이병렬, 방대성, 김응수 씨를 상대로 고소를 제기하였으며, 한창학씨는 둔부파열로 약 3개월간의 치료를 요하는 중상을 입고 최대운 의사의 치료를 받고 있는데 살이 썩어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조선일보 1959년 12월 31일 조간 3면)
- 쌀밥전쟁
- 김환표 지음
- 펴낸곳 인물과 사상사
- 초판발행 2006. 7. 14.
- p96 ~ 99
- 값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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