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수수, 기장, 메밀

메밀, 도깨비와 과부 이야기

산들행 2014. 7. 17. 07:00

 메밀은 자라는 기간이 60일에서 100일 정도로 짧은 데다가 건조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가뭄에 강하다.

 

메밀은 우리 민족에게 무척이나 친근한 먹을거리다. 그래서 그 못지 않게 친근한 도깨비하고 아주 사이가 좋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조상들은 도깨비가 메밀묵, 수수팥떡, 호박범벅 그리고 막걸리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믿었다.

 

어느 과부가 부자가 되고 싶었는데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도깨비하고 친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도깨비가 뭘 좋아하나? 아하 메밀묵이지! 그래서 메밀묵을 쒀놓고 기다렸다. 과연 밤이 깊어지자 도깨비가 와서 메밀묵을 먹는다. 과부는 도깨비를 방으로 불러들여 친(?)해졌다. 과부가 조르니 도깨비는 금은보화를 매일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도깨비 덕분에 부자가 된 과부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래서 도깨비가 말의 피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대문 삽짝에 말대가리를 걸어놓았다. 그 후부터 도깨비가 집 근처에 얼씬도 안했다는 "도깨비와 과부"라는 옛날 이야기다.

 

바다 도깨비는 메밀범벅을 좋아한다 전해진다. 이 음식은 메밀을 갈아서 체에 쳐서 끓인 것으로 걸쭉하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뱃사람들이 배를 뛰우기 전에 하는 제사 때 메밀범벅을 바다에 던져주면서 "도깨비 먹어라"라고 소리친다. 전라남도 신안군 압해면에 전해지는 이야기를 보면 도깨비하고 잘 사귀면 어장 안으로 물고기를 잔뜩 몰아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깨비가 즐겨 먹는 메밀범벅을 만들어서 뱃고사 지낼 때 제일 먼저 바다에 던져, 부디 도깨비가 잘 먹고 고기를 잔뜩 몰아오기를 기원한다는 것이다.

 

- 뜻밖의 음식사

- 김경훈 지음

- 펴낸곳 : 오늘의 책

- 초판 1쇄 발행 2006년 05월 08일

- p 1298

- 10,000원

뜻밖의 음식사 - 흔한 재료, 흔치 않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