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수수, 기장, 메밀

평양냉면은 메밀로, 함흥냉면은 감자 전분으로

산들행 2014. 9. 19. 23:32

평안도 음식으로 가장 대중적인 것은 냉면이다. 냉면의 원료인 메밀은 만주에서 여진족으로부터 전해 받은 작물로, 생육기간이 짧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가뭄에 잘 견디는 구황식물인 셈이다. 곡식이라고 조 밖에 되지 않는 청천강과 대동강 일대의 우리나라 대표 소우 지역에는 딱 알맞은 작물이다.

 

이 메밀은 밀과 달리 끈기가 없어 국수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국수틀이다. 국수틀 아래에 국수 삶을 물을 끓이고 반죽한 메밀 덩이를 틀에 넣고 압력으로 밀어 국수를 뽑아내는 것이다. 메밀로만 반죽하면 끈기가 너무 없어 뚝뚝 끊기는 맛이 나지만 평안도 사람들은 이를 더 즐긴다. 끈기를 더 하려면 녹말이나 밀가루를 넣고 반죽한다.

 

냉면은 평안도 사람들이 잔칫날이나 겨울에 먹던 간식이다. 추운 겨울날 군불 뜨뜻한 방 안에서 있는 집이라면 국수를 내리고, 없는 집이면 국수를 사다가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다. 고기 삶은 국물이 있다면 거기에 말아 먹기도 하고 동치미 국물과 반반 섞기도 한다. 냉면을 먹을 때 식초를 치는 까닭은 간을 세게 하지 않아 나는 고기 국물의 누린내를 없애려는 것이다. 간이 심심한 국물에는 식초가 제격이기도 하다.

 

함경도 산세는 평안도보다 험하고 농사지을 땅도 적어 함경도의 냉면은 감자 전분으로 만든다. 끈기가 많아 쫄깃한 면발에 매운 양념을 넣어 비벼 먹는 냉면이 원래 함흥냉면이다. 아마도 이북음식 가운데 흔치 않게 매운 것이 이 함흥냉면이다. 원래 여기에는 가자미회가 올라 있어야 하는데, 요즘 함흥냉면집에서 파는 냉면은 가자미보다 다른 회일 경우가 많고 감자 전분을 쓰지 않는 냉면도 많다. 함흥냉면의 물냉면은 평양냉면을 본떠 만든 것이다.


- 식전, 팬더곰의 밥상견문록

- 장인용 지믐

- 도서출판 뿌리와 이파리

- 2010년 10월 30일 초판 2쇄 펴냄

- p240 ~ 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