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에 단팥을 넣은 찹쌀떡은 값싼 간식은 아니다. 영양가가 높으면서도 소화가 잘 돼 늦은 밤에도 먹기에 좋다. 찹쌀떡은 대학 입시 등의 합격을 기원할 때도 먹는, 복을 부르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찹쌀떡은 결혼 답례 선물로도 인기가 좋았으며 일본인들이 좋아해 수출되기도 했다.
찹쌀떡에 메밀묵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왜 찹쌀떡을 메밀묵과 함께 팔았을까? 메밀묵은 열량이 낮은 건강음식이다. 찹쌀의 더운 성질과 메밀묵의 찬 성질이 어울린다고는 하지만 연유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찹쌀떡은 급히 먹다가 사레가 들릴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부드럽고 물기 많은 메밀묵이 같이 먹기 좋았을 법하다.
찹쌀떡과 메밀묵 장사의 유래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일제 강점기에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밤중에 야식 장수들이 네모난 모판에 메밀묵, 찹쌀떡, 겐마이(현미)빵 등을 담아 어깨에 메고 다니며 팔았다고 한다. 찹쌀떡과 메밀묵 장수는 더러 어른들도 있었지만, 신문배달과 함께 가난한 어린 고학생들의 돈벌이 수단, 요즘 말로 하면 아르바이트였다.
찹쌀떡과 메밀묵 장수들은 얼마나 벌었을까. ‘서울 미아리에 사는 찹쌀떡 장수 조모씨는 한 개에 10원짜리 찹쌀떡을 팔아 한 달에 4천 ~ 5천원을 번다. 가장 큰 손님은 화투놀이 하는 사람들, 신혼의 새색시, 군것질을 좋아하는 꼬마 순이다(매일경제, 1969년 2월 6일).’ 당시 자장면 한 그릇 값이 70원 정도였으니 그렇게 큰돈을 벌지는 못한 셈이다.
- 글 손성진
- 문화재 사랑 09(2014 Vol. 118)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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