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은 녹비작물이 되기도 한다. 화학비료를 많이 써 지력이 떨어지고 산과 염기의 화합물인 염류가 과다하게 축적되어 식물이 제대로 자랄 수 없을 때 메밀을 심으면, 그 뿌리가 토양의 유독물질을 빨아들여 쇠한 지력을 회복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메밀을 일컬어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 이라는 별칭까지 붙였다. 푸른 잎, 붉은 줄기, 흰 꽃, 검은 열매, 노란 뿌리 등 한 몸에 다섯가지 색깔을 갖춘 신비한 식물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선조들의 해학과 기발한 해석까지 곁들여진다. 속설에 의하면 여인들이 메밀을 즐겨 먹으면 '오방의 속살', 즉 가슴과 허벅지를 비롯한 다섯 군데의 성감대가 발달하고 그 빛깔까지 곱게 해준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부녀자들이 밤참으로 메밀국수나 메밀묵을 만들어 남편에게는 대충 한 그릇만 퍼주고 자신은 바가지 째로 먹는 등 욕심을 부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 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 - 지은이 홍인희 - 발행처 교보문고 - 2011년 5월 30일 초판 1쇄 발행 - p67 ~ 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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