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은 태평양의 지배 세력으로 떠올랐고 일본과 한국, 대만은 북미의 군대와 북미 식품에 점령당하면서 '미국 식량 침략'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의 피해자가 되었다. 식량은 말 그대로 사람들을 굶주려 죽는 것에서 구원하는 직접 원조의 형태로 침투했고, 때로는 재건에 조력을 제공하면서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항해 싸우는 동맹국을 얻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형태는, 남아도는 미국 식품을 위한 시장을 창출하는 도구로 이용된 것이다. 어떤 경우든 최종 효과는 동일했다. 식습관을 바꾸고 주로 흰빵 형태의 직접 소비를 위한 미국산 밀과 옥수수에 대한 의존성을 증가시키면서 미국에서 수입되는 가축 사료인 옥수수와 대두에 기반을 둔 집약적인 가축산업이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재건과 산업화가 시작되자 미국은 1954년 PL-480 '평화를 위한 식량'이라는 기치 아래 식량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는 미국이 만들어낸 반공주의라는 깃발을 두르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시장 확대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공산주의의 위협이 사라지고 있는데도, 미국의 식량 제국주의는 1985년 농가 보조법(Farm bill)과 뒤이은 수출 증진 프로그램(EEF)에 의해 계속 되풀이되고 확장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미국 기업이 글로벌 식품 교역을 계속 지배하도록 만들려는 의도를 가진 미국 농업 관련 기업들이 고안한 것이다.
이러한 식품 제국주의에 피해를 입는 가장 뻔한 희생자는 과거에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럴 텐데, 이를 받아들이는 국가의 농업과 농촌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은 일본과 대만, 한국을 식품과 사료 시장으로만 간주해온 카길 등의 미국 기반 TNC들에게 단 한번도 이슈가 된 적이 없었다. 식품과 가축 사료의 주요 공급업자 중 하나인 카길은 이러한 형태의 제국주의의 대리자이자 수혜자가 되어 왔다.
-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 - 프로스터 닌 지음/ 안진환 옮김 - 펴낸곳 시대의창 - 초판 1쇄 발행 2004년 11월 17일 - p 298 ~ 300 - 16,5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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