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고구마는 예로부터 가난한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 준 고마운 먹거리다. 요즈음은 살이 찌지 않는 다이어트식으로 인기가 많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다.
고구마의 원산지는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의 중남미 지역으로, 아시아에 전해진 것은 1521년 세계 일주에 나선 스페인 탐험가 마젤란에 의해서다. 중국에는 16세기에 명나라 진진룡이라는 사람이 필리핀에 장사하러 갔다가 사람들이 주먹만한 한 뿌리를 날것 또는 익혀서 먹는 것을 보고 들여왔다. 하지만 필리핀에서는 고구마의 반출을 엄격히 금지했다. 결국 진진룡은 위험을 무릅쓰고 몇 자나 되는 기다란 고구마 넝쿨 모종을 밧줄에 매어 일주일간 바닷물에 잠기게 한 상태로 항해한 끝에 겨우 중국 복건성에 들여올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영조 때(1763) 일본 통신사로 갔던 조엄(1719 ~ 1777)이 일본 대마도를 통해 종자를 들여왔다.
알칼리성 식품인 고구마의 주성분은 당질이지만 각종 비타민도 풍부하다. 고구마를 잘랐을 때 나오는 하얀 유액은 수지 배당체인 얄라핀(Jalapin)이라는 성분으로, 변통을 좋게 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변비를 풀어주고, 발암물질과 장관 벽과의 접촉 시간을 단축시켜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펙틴이 풍부하여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주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나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게도 추천된다. 하지만 주성분이 당질 이므로 당뇨가 있거나 비만인 사람은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또 하나 고구마는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고 알려진 베타카로틴(Beta carotene)이 들어 있는데, 속이 진한 황색일수록 그 함량이 높다. 보라색 고구마는 껍질째 먹는 것이 좋고, 껍질에는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암과 노화를 예방해주는 보라색 플라보노이드(Flavonoid) 성분이 들어있다.
- 식탁위의 보약 건강음식 200가지
- 김정숙 지음
- 펴낸곳 아카데미북
- 초판 1쇄 발행 2008년 4월 5일
- p26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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