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의 원산지는 멕시코이며, 그 기원은 3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멕시코에서 통용되는 옥수수를 일컫는 말인 '마이스(Maiz)'는 스페인어이다. 스페인 사람들이 멕시코에 도착하기 전에 안띨아스(Antillas) 제도의 섬에서 옥수수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멕시코시티에 도착하여서는 옥수수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알았다. 그 당시에 멕시코시티와 그 주위에서 사용했던 언어는 나우아뜰(Nanuatl)이었다. 그들은 옥수수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불렀다. 힐로뜰(Xilotl, 유숙기)은 어린아이가 젖비린내가 나는 때처럼 옥수수가 아직 매우 부드러울 때에 부르는 이름이다. 엘르뜰(Elotl, 호숙기 또는 황숙기)은 아직 풋풋하지만 옥수수 알의 모양이 만들어졌을 때에 쓰는 말이고, 센뜰리(Centli, 완숙기)는 옥수수가 다 익어 말랐을 때를 말한다. 다 마른 옥수수의 알갱이는 뜰라올리(Tlaolli, 종실)라고 부르며, 옥수수 그루 전체도 뜰라올리라고 한다. 현재도 매우 흔하게 쓰는 말은 엘로떼(Elote)와 마조르까(Mazorca)인데, 엘로떼는 옥수수가 다 익었으나 아직 신선한 것이고, 마조르까는 다 익어 건조한 것을 일컫는다. 마조르까는 옥수수 알갱이와 옥수수 속대, 즉 올로떼(Olote)로 이루어진다. 옥수수 한 그루는 뿌리, 줄기를 뜻하는 까냐(Cana), 잎사귀, 옥수수 알갱이와 옥수수를 말하는 엘로떼와 옥수수 수염(까베요, Cabello), 옥수수 나무 끝의 가시(숫이삭, 웅수)로 이루어진다.(p23 ~ 24)
<중 략>
멕시코가 원산지인 옥수수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양식이다. 멕시코 인구의 절반 가량이 오로지 옥수수에서 영양분을 얻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옥수수로 만든 또르띠야에 팥과 야채를 조금 얹고, 야생 푸성귀와 함께 먹는다. 더 가난한 사람들은 그나마도 없어서 또르띠야만 먹는다. 오늘날의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생명을 이어주는 옥수수는 그 옛날에도 스페인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에 살던 2,000만명의 메소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영양을 공급했었다.
옥수수와 연관된 모든 것, 즉 옥수수를 키우고 추수하여 보관하는 것, 옥수수에 얽힌 신화와 설화, 옥수수 인간의 창조, 좋은 수확을 위한 의례 등의 일상생활의 관습과 철학이 올메까, 마야, 떼오띠우아깐, 아스떼까와 같은 고대 문명 발전의 바탕이 되었다. 메소아메리카의 고대 문명은 옥수수를 경작하는 공간을 중심으로 들에서나 집에서나 매일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옥수수의 신들은 땅과 물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각 지방마다 옥수수에 대한 신화, 설화 등을 갖게 하였다. 오늘날 원주민들의 의례나 종교적 행사에는 여전히 옥수수에 기초한 고대 문명의 믿음이 반영된다. 즉 스페인 사람들이 오기 전과 그 후의 원주민의 문화가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가 바로 옥수수인 것이다. 즉 옥수수는 시간적으로, 또 공간적으로 메소아메리카문화의 연속성을 유지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p213 ~215)
- 옥수수 문명을 따라서
- 지은이 정혜주
- 펴낸곳 한국학술정보(주)
- 초판발행 2013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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