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콩

콩국수는 언제부터 먹었을까

산들행 2017. 6. 20. 08:50

콩은 만주 일대와 북한 지역이 원산지다. 만주는 지금은 중국 땅이지만, 한민족의 터전이었던 콩의 원산지다. 이미 고구려시대에 '장을 잘 만드는 민족'으로 『삼국지』「魏志 東夷傳」에 등장할 정도로 한민족은 콩요리를 잘하는 민족이었다. 그런데 콩에 관한 기록은 많은데 정작 콩국수에 관한 기록은 가뭄에 콩 나듯이 귀하다.


콩국수에 관한 기록은 고작해야 19세기 말 저자 미상의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콩을 물에 불린 후 살짝 데치고 갈아서 소금으로 간을 한 후에 밀국수를 말아 깻국처럼 고명을 얹어 먹는다"라는 구절에서 처음 등장한다. 이후 콩국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방신영(方信榮, 1890∼1977) 선생이 1923년에 발간한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에 등장한다. 콩국수 만드는 법으로 "밀국수를 만들어 그릇에 담고 콩국을 부어 상에 놓으라"는 구절이 나온다. 콩국에 국수를 말아 먹는 음식이 여름철이면 전국 어디서나 누구든 먹던 음식임을 감안하면, 콩국에 대한 기록이 유독 적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콩국수에 대한 직접적인 기록은 적지만 콩국에 관란 기록은 오래전부터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의 음식문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예기(禮記)』「월령(月令)」의 중하(仲夏: 5월) 편을 보면. "여름에는 콩국을 많이 먹는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예기』「월령」에는 음양오행(陰陽五行)에 입각한 음식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여름철에 콩국을 먹었다는 기록은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의 음식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지금도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는 두유(豆乳)를 아침식사로 즐겨 먹는다. 윈난 성에서도 아침에 빵과 두유를 먹는 일은 흔하다.


그런데 면을 즐겨 먹는 중국에서도 차가운 밀국수를 콩국에 말아 먹는 문화는 드문 편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음식문화는 주변국과 공유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임을 감안하면 한민족 고유의 콩국수 문화는 특수한 상황에 속한다.


- 음식강산 ② 국수는 행복의 음식이다.

- 지은이 박정배

- 펴낸곳 (주) 도서출판 한길사

- 제1판 제1쇄 2013년 1월 30일

- p136~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