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일반

한국요리의 특징은 접화, 어울림, 전체성

산들행 2017. 12. 23. 15:36

음식 문화는 비교적 외래문화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다. 그것은 맛에 대한 감각은 인간의 몸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고 유전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늘날 의상과 거주문화가 서양식으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식의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음식은 생존을 위해 몸에 필요한 것이지만, 요리는 문화적인 것이다. 모든 재료를 기름으로 튀겨 각 재료들의 맛을 하나로 동화시키는 중국의 요리는 결코 담백하지 않다. 일본인들은 사시미처럼 섞지 않고 응축된 재료 자체의 맛을 즐긴다. 이에 비해 한국인들은 여러 재료들을 섞어 접화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료 자체가 아니라 재료들의 어울림 관계이다. 이질적인 재료들의 상생속 어울림 관계를 찾아내는 것이 한국요리의 핵심이다.

 

한식은 하나의 요리 자체로 완결된 맛을 추구하지 않고, 밥과 반찬, 국 같은 서로 다른 성격의 음식들이 입안에서 섞이게 한다. 싱거운 밥은 짭짤한 반찬을 부르고, 반찬은 밥을 부른다. 이것들은 다시 국으로 화해되며 끊임없이 상생의 접화가 입안에서 이루어진다. 음식을 먹는 사람은 이 접화의 어울림을 감각적으로 선택하고 조율하게 된다. 한식이 코스 요리가 아니라 음식을 공간적으로 배열해 놓고 먹는 것은 이 때문이다. 코스요리는 요리 하나하나가 완결되고 자율적인 맛을 내지만, 한식은 요리의 완결성보다 개별 음식들 간의 관계를 체험하게 하고, 그 관계들을 통해서 관계 너머의 전체성을 환기시킨다. 한국인들이 모든 문화에서 섞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한국의 미학 <서양, 중국, 일본과의 다름을 논하다>

- 지은이 최광진

- 펴낸곳 미술문화

- 초판발행 2015. 9. 25

- p336 ~ 339


한국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