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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는 사찰에서 만들었다. 조포사와 연포탕을 보면...

두부는 불교와 깊은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에 두부가 전래된 것은 중국과 불교문화 교류가 활발했던 통일신라시대 즈음인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부터 두부가 서민층의 음식인 것은 아니었다. 불교가 국교인 고려시대에 두부는 사찰에서 부처님을 공양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런 이유로 사찰에서 주로 두부를 만들었다. 당시 사찰은 많은 토지를 소유했고 부가 집중돼 있었기에 음식문화를 선도할 수 있었다. 자연히 두부 제조법도 사찰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두부가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고려 성종 때 최승로가 쓴 로 알려져 있다. 이 문헌은 '지금 해야 할 일 28가지'라는 뜻으로, 신하가 왕에게 올린 건의문이다. 이 문헌에서 최승로는' 행인에게 미음, 술, 두붓국으로 보시하는 일은 체통이 서지 않은 일이니 삼가라'고 왕에게 건..

옥수수, 콩 2020.12.11

싯다르타와 죽 그리고 깨달음

10여 년전 돌아가신 할머니는 죽을 좋아하지 않으셨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보릿고개를 지낸 그 시대 어르신이 다 그렇듯이 '사흘에 피죽 한 번도 못 먹을 정도'로 굶는 날이 부지기수였고, 뭐라도 먹을거리가 생기면 물을 가득 부어 국 같은 죽을 만들어 가족을 먼저 먹여야 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전복죽이나 닭죽처럼 호사스러운 죽 앞에서도 '난 밥이 좋다'라며 밥을 고집하셨다. 요즘은 죽이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고 미식가도 즐기는 다양한 맛의 죽이 나오지만, 대체로 예전 어른에게 죽은 그다지 긍정적 이미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쓰는 관용적인 말을 보면 '죽을 쒔다',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죽도 밥도 아니다'는 식의 부정적 의미가 많다. 한국전쟁을 겪은 비참한 시절의 식생활을 대변하는 ..

벼, 쌀 2020.12.11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언급된 농업혁명 속 밀 이야기

호모 사피엔스는 동아프리카에서 중동으로 유럽과 아시아로, 마지막으로 호주와 미 대륙으로 퍼져나갔다. 대략 1만 년 전부터 사피엔스는 거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몇몇 동물과 식물 종의 삶을 조작하는 데 바치기 시작했다. 인간은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씨를 뿌리고 작물에 물을 대고 잡초를 뽑고 좋은 목초지로 양을 끌고 갔다. 이런 작업을 하면 더 많은 과일과 곡물과 고기를 얻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곡물 경작에 더 많은 노력이 집중되면서 야생 동식물을 사냥하고 채집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수렵채집인은 농부가 되었다. 인간이 생활하는 방식의 혁명, 즉 농업혁명이었다. 인류가 농업으로 이행한 것은 기원전 9500~8500년경 터키 남동부, 서부 이란, 에게 해 동부 지방에서였다. 시작은 느렸고 지리적으로..